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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소한 일상

여름의 권태

습기를 가득 머금은 무거운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. 그 무게에 눌려서, 혹은 뜨거운 공기를 피해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.
더워서 물만 잔뜩 들이킨 뱃속, 계속 누워있어서 멍해진 머릿속, 물기로 뻑뻑해진 공기를 뚫고 탁하게 들려오는 어딘가의 차 소리, 그 사이를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오는 매미 울음 소리.
불안함일지, 초조함일지, 아니 어쩌면 아까 먹은 냉수가 탈을 일으켜서일지 모르지만 왠지 속은 불편하다. 무기력과 권태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자책과 뭔가 쓸모있는 일을 해야할 것 같은 강박감.
그러다가 또다시 멍-해져서 차라리 눈을 감자, 잠 들어버리자, 그렇게 의식의 끈을 늘어뜨린다.
여름이라서, 더워서 그런것뿐이야. 시리도록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을 그리워해보다가, 왠지 봉숭아 물들인 손톱도 그리워지고,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아욱잎으로 손톱을 묶었다는 그 시절도 그립다.
그래, 여름이라 그런것뿐이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