여름의 권태
습기를 가득 머금은 무거운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. 그 무게에 눌려서, 혹은 뜨거운 공기를 피해서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. 더워서 물만 잔뜩 들이킨 뱃속, 계속 누워있어서 멍해진 머릿속, 물기로 뻑뻑해진 공기를 뚫고 탁하게 들려오는 어딘가의 차 소리, 그 사이를 날카롭게 비집고 들어오는 매미 울음 소리. 불안함일지, 초조함일지, 아니 어쩌면 아까 먹은 냉수가 탈을 일으켜서일지 모르지만 왠지 속은 불편하다. 무기력과 권태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자책과 뭔가 쓸모있는 일을 해야할 것 같은 강박감. 그러다가 또다시 멍-해져서 차라리 눈을 감자, 잠 들어버리자, 그렇게 의식의 끈을 늘어뜨린다. 여름이라서, 더워서 그런것뿐이야. 시리도록 매서운 겨울의 찬바람을 그리워해보다가, 왠지 봉숭아 물들인 손톱도 그리워지고,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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테레즈 라캥 - 에밀 졸라
불문과에 대한 향수. 때론 부정하고 싶었던,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던 날들. 오늘은 고마운, 감성으로 다가온다. 자연주의, 낭만주의, 현아의 발표, 맥주를 마시고 약간은 취한 채 들었던 봄날의 수업시간, 르와르 강변의 성들, 베르사유궁, 에르베와 세브린까지! 조금 더 집중하고 관심을 가졌었더라면... 하는 아쉬움마저도, 이제는 뭉클한 그리움으로 남는다. 책 내용에 대해서 말하자면, 충분히 그럴 법한 일들. 박쥐가 이 책을 모티브 삼았구나. 물과 죽음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심상 때문에 조금은 섬뜩하기도. 새로운 무언가를 기다리면서, 기대하면서, 다음 주 토요일부터는 회현으로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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